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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생각하다

노동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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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삶

 

 

내가 직장 생활을 하지 않은지 꽤 오래됐다.
뭐 내가 딱히 남들이 봤을 때 번듯한 회사라고 생각하는 직장을 얻은 적도 없지만 내 나름대로 돈을 버는 수단으로써의 직장 생활을 하긴 했다.
공장도 있었고, 주유소, 일용직(이건 최근에), 다단계(요건 군대도 가기 전이니 벌써 20년 정도 됐다)도 있었다.

이 중에서 다단계로 인해 고생을 무진장했던 기억이 있다.
좁은 집에서 단체 생활이란 정말 쉽지 않았으며 식사도 그렇게 좋지 못했고 하루 종일 바닥에 앉아서 그들이 주장하는(매스컴들이 언론플레이를 통해 자기들을 어떻게 보도하는지에 대한 얘기들)

것들을 엉덩이 배겨가며 들었던 기억이 있다.
나도 내 초등학교 동창 여자 친구 한 명을 데려간 적이 있다.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미안하다.

 

그다음으로 내가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제일 오래 다닌 곳은 주유소다. 남들이 볼 때엔 그냥 알바 일지 모르지만 나름 그 안에서 정규직 직원으로 4대 보험과 직책을 가지고 일을 했었다. 누구도 인정은 해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했다. 남들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주유소 소장이라는 타이틀을 따서 평생직장으로 삼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끊기가 부족하다는 것만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그 후로도 주유소를 들락날락하는 반복적인 삶을 살았고 결과는 항상 같았다. 그 후에도 그다음도 무의미하게 시간을 그냥 흘려보냈고 그 결과 나에게 조금의 부채만을 남겼다.

 

그 후로 주유소가 아닌 다른 직장 생활도 했었지만 그렇게 길게 가진 않았다.
지금은 더 이상 직장생활을 하지 않고 있다.
요즘은(얼마 전까지) 일용직 노동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지금은 근근이 하고 있다) 처음엔 이 일을 계속할 생각은 없었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일용직이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으로( 직장 없는 사람들이 가장 마지막으로 찾는 곳) 좋지 않은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사무실에 나가고 얼마의 시간이 흐르기 전까지 나는 여기 다니는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이 사람들처럼 살지 않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가지고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잠깐만 하다가 다른 직장을 구해서 갈 거라고 혼자만의 착각에 빠진 상태로 일을 다녔다.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 내가 얼마나 편협한 생각을 했는지 깨닫게 되는 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뭐 내가 듣고 보았던 것들이 아예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엇이든지 자기가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결코 어떤 것도 제대로 볼 수 없다.

이 일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는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보았고 정말 하루도 안 쉬고(좀 과장된 부분이 없진 않다 그만큼 일을 많이 한다는 의미다) 일하시는 분도 보았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기술들을 통해서 많은 일을 하는 분들도 보았다.
그런 반 면에(나를 포함) 그냥저냥 다니는 사람들도 많이 있긴 하다. 익숙함에 습관적으로 하루만 일을 나가도 십만 원이 조금 넘는 돈을 벌 수 있으니 하루 벌고 하루 쉬고 며칠 벌어서 얼마간 또 쉬 고를 반복하는 사람들.
나 또한 이런 사람들의 범주에 속해있다. 

 

일의 고단함 이야 말해 뭐 하겠냐 마는 대부분 알고 있겠지만 새벽(내가 다니는 곳은 보통은 5시 정도에 집에서 나간다. 더 빨리 나가는 곳도 많다.) 일찍 나가서 대기하다 일이 주어지면 나가는 형태를 띠는데 대부분 비슷하지만 지역마다 지역에서도 각자의 사무실마다 조금씩의 차이점들은 있다. 서울, 경기지역과 지방의 차이가 있기도 하다.

그리고 기술(기공)을 가진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조공) 사람들의 차이는 극명하게 나누어진다. 돈의 액수부터가 다르고 같은 일용직인데도 같이 일을 나가게 되면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갑'이 되고 나머지는 '을'이 되는 조금은 아이러니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자존심이 쌘 몇몇 의 사람들은 같은 사무실에 있는 기술자 분들과 같이 나가기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일 끝나는 시간은 내가 나가는 사무실에선 시간을 보통 4시 30분에서 5시에 끝나는 걸로 정했다. 사정상 6시에 끝나는 곳도 있다. 끝나는 시간은 그곳의 사정, 여러 가지 요소들에 의해 정해지는데 보통은 위에서 언급한 시간에 대부분 끝난다. 시간만 보면 일찍 끝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작 하루에 깨어 있는 시간을 생각하면 출근하기 전부터 시작해 하루 12시간 정도를 보내고 있으니 일하는 시간 자체야 여느 직장에서 (8시간 내지는 9시간 정도를 일을 한다) 일하는 시간과 동일하겠지만 일을 나가기 전까지의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걸 생각하면 결코 일찍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안타까운 건 일이 많지 않은 사무실에선 자기가 일을 많이 하고 싶어도 일이 없다 보니 그냥 하루를 공치는 날이 많은 곳도 있다. 그러다 보니 사무실 여러 곳으로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지 않고는 잘 못 하면 계속적으로 일도 못 하고 백수처럼 지내야 할 수도 있다.

 

얼마 전에 안타까운 뉴스를 접했다. 내가 뭐 뉴스에 그렇게 신경을 쓰는 편도 아니고 잘 보지도 않는다. 그냥 지나가는 시선으로 잠깐 봤는데도 워낙 크게 사고가 나서 볼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그곳에서 일을 하신 분들. 사고당하신 분들 대부분이 일용직 일을 하시는 분들 일 것이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도 그렇지만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만 할 때가 있다. 그때는 정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 한 순간에 생명을 잃거나 크게 다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항상 조심히 일해야 한다.

고용주 중에서 일용직 일을 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위험해도 무작정 일을 시키는 좋지 않은 고용주가 있는 반면 조심하면서 일을 할 수 있게 배려와 일용직 노동자들을 한 사람의 인격체로 대해주는 고용주도 있다.

그래도 현장 자체에 위험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항상 각자가 조심해서 일을 해야 한다.

일을 무사히 끝내고 나면 아무 일 없이 끝을 마쳤다는 것에 감사한다.

모든 일용직 일을 하는 분들 힘내시라 말하고 싶다. 나름 사정을 가지고 일용직이라는 남들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결코 좋은 시선으로만 보이지 않는 이 일을 하시는 분들이 다치지 않고 사랑하는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과 안타까운 이별을 하는 일이 되도록 많지 않기를 바란다.